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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0-17 10:50 조회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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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 대선 행보 한층 탄력 받을 듯 / 그의 발목 잡았던 사법 족쇄에서 완전히 풀려나 정치적 보폭 훨씬 더 커질 듯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TV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월16일 오전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와 관련,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그의 대선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재상고하지 않는 한 이번 판결로 그의 발목을 잡았던 사법 족쇄에서 완전히 풀려나 정치적 보폭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당선무효 위기에서 벗어나자마자 각종 쟁점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왔다.파워볼실시간

이미 코로나19 국면에 신천지 강제 역학조사 및 선제 방역조치, 재난기본소득 추진 등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국민적 공분을 산 부동산 이슈의 한 가운데를 파고들기도 했다.

특히 아파트값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자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도입, 장기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이른바 부동산정책 3종 세트와 함께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는 아니다"며 실거주 1가구 1주택 보유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플랫폼 업계의 독점을 손보겠다며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직접 도입하는가 하면, 주식시장의 공매도 금지 연장이나 대주주 기준 변경에도 목소리를 냈다.

최근엔 성남시장 때부터 역점 추진한 지역화폐를 두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자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공박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야당을 향한 독설도 서슴지 않고 있다.

자신을 "희대의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한 국민의힘을 향해 "짝퉁 기본소득으로 만든 희대의 사기집단"이라고 맞받으며 날을 세웠다.

특유의 직설 화법이 당내 반발에 직면하면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여 눈치 보기라는 지적도 받았다.

2차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을 두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했다가 문 대통령 지지층의 호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여당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 공천 여부를 놓고는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며 무공천 원칙을 언급했다가 당 안팎에서 파장이 확산하자 "당원으로서 '의견'을 말했을 뿐"이라고 발을 빼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내 기반 부재라는 정치적 입지와 오버랩돼 묘한 상황을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이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주변에 "내 살점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억강부약 대동세상을 이룬다면 치열한 논쟁을 피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고 한다.

이 지사 측 한 관계자는 "도정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집중하겠지만, 그래도 한층 더 민감한 의제에도 논쟁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직권남용 및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서 벗었다고 해서 이 지사의 대선가도가 순탄할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관측이 있다.

지난 1~2월 3%에 머물던 이 지사의 대선주자 선호도(한국갤럽)는 지난달 22%로 상승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2018년 7월 취임 첫 달 최하위(29.2%)를 기록했던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조사(리얼미터)에서도 지난달 4개월 연속 1위(68.5%)에 오르며 도민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20%대의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답답한 흐름도 감지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 성남시장 신분으로 2016년 12월 18%(한국갤럽)로 정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4% 정도 상승한 셈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20%대 초반 지지율은 적극 지지자만으로 얻을 수 있는데, 그 정도로는 본선 경쟁력은 물론 당내 경선에서도 승리하기 어렵다"면서 "돌파력과 과단성 있는 장점을 살려야 하는데 그게 또 불안감을 주는 약점이 되기도 해서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양면성과 딜레마를 해소해야 하는데, 연령이나 정치적 경험으로 보면 전략이나 궤도 수정으로 해결되겠느냐"며 "조금은 조정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리더십 스타일이나 자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 측 한 관계자는 "지난 선거 때 이미 나올 수 있는 악재는 다 나왔다"면서 "그런 면에서 보면 누구보다 홀가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행보를 두고 이 지사 측은 "도지사로서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하며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 측근은 "도지사 초선으로 첫 임기도 마치지 않았다"며 "대선에 도전하려면 지지율도 지지율이지만 무엇보다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난 6월 취임 2년 당시 지역기자 간담회에서 "대선이 아니라 (도지사) 재선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주권자가 결정할 것"이라며 정치적 진로를 열어놓고 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심리적 여유가 생긴 만큼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고, 검찰개혁이나 언론개혁 같은 정부·여당의 과제나 국가 현안에 대해서도 더욱더 거침없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재명 지사가 16일 강제입원 논란 당사자인 형 재선씨에게 사과했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년간의 칠흑같던 재판과정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전한다"며 "부디 못난 동생을 용서해달라. 하늘에서는 마음 편하게 지내시길, 불효자를 대신해 어머니 잘 모셔주시길 부탁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셋째 형님. 살아 생전 당신과 화해하지 못한 것이 평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어릴적 지독한 가난의 굴레를 함께 넘으며 서로를 의지했던 시간들을 기억한다"며 "우리를 갈라놓은 수많은 삶의 기로를 원망한다"고 털어놨다.

앞서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 재선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11월 재선씨가 폐암으로 숨져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빈소를 찾았으나, 이 지사는 유족의 반대로 조문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 지사는 이와함께 "무엇보다 재판으로 인해 도정에 더 많이 충실하지 못한 점, 도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이다"라며 "절박한 서민의 삶을 바꾸고, 구성원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며, 불평등 불공정에 당당히 맞서 만들어 낸 실적과 성과로 도민 여러분께 엄중히 평가 받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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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최대인 2009년 비해 2배 이상
코로나19로 세입 줄고 지출 늘어난 결과

미국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역대 최대 규모의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친 결과다.

미국 재무부는 16일(현지시간) 2020회계연도(2019년10월1일~2020년9월 30일) 연방정부 재정 적자가 3조1320억달러(3589조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재정적자(9840억 달러)의 3배가 넘는 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투입된 2009회계연도의 1조4160억달러와 비교했을 때도 2배 이상으로 커졌다. 한국의 올해 본예산 512조원과 비교해 7배가 넘는 천문학적 규모다.

이번 적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정부의 수입은 줄었지만 지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020회계연도 연방정부 세입은 3조4200억달러로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반면 지출은 6조5500달러로 47.3% 늘었다. 미 의회는 코로나19 대확산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이 급증하자 지난 3~4월 4차례에 걸쳐 2조80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경기부양 예산을 통과시켰다.

2021회계연도에도 미 정부의 재정부담은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일로인 데다 백악관과 민주당이 갈등을 벌이고 있는 추가부양안도 결국 합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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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창조의 도시, 역사의 도시 보스턴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이 도로에 선명하게 칠해져 있다. 이동학 작가


테러 조직과 관계없이, 두 형제가 종교를 이유로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은 2001년 9ㆍ11테러 이후 미국 사회를 크게 흔든 사건으로 남았다.

당시 결승점 부근에서 터진 두 번의 폭발로 8살 어린이를 포함해 3명이 사망하고 180여명이 부상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강한 기억을 남겼기 때문이다. 일명 밥통 폭발장치는 쇠구슬 등을 넣어 크레모어와 같이 폭발 순간 쇠 구슬이 튀어 나가며 사방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도록 만들어졌다. 폭발 직후 추격 과정에서 형이 죽고 붙잡힌 동생은 배심원들에 의해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올해 7월 항소법원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다시 재판하라는 결정이 내려져 종신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테러로 인한 상흔이 감도는 보스턴에 도착한 것은 2018년 11월. 차가운 공기를 햇볕이 이기지 못할 정도의 쌀쌀함으로 가득 채워가기 시작한 초겨울이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테러 현장이었다. 두꺼운 옷을 입은 채 거리를 다니는 시민들 틈으로 마라톤 도착 지점을 알려주는 선이 보였다. 도심 속에 보스턴 마라톤의 결승선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을 정도로 이 대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매년 4월 셋째 주 월요일인 애국자의 날로 날짜가 정해져 있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첫 근대 올림픽을 기념하고자 이듬해인 1897년 시작되었으니 그 유서도 깊다.


보스턴의 교통 체증은 미국 내에서도 심각한 편. 하지만 시내를 걷는 시민들의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이동학 작가


세계적으로 런던 마라톤(영국), 로테르담 마라톤(네덜란드), 뉴욕 마라톤(미국)과 함께 보스턴 마라톤(미국)은 세계 4대 메이저 마라톤 대회에 어깨를 견주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 대회가 미뤄졌다가, 결국 취소되며 참가비(미국인 205달러ㆍ외국인 255달러)를 환불해줬지만, 1996년 100회째에 치러진 대회에 무려 3만8,700명이 참가, 세계 최대 규모 국제 마라톤 대회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봉주 선수가 2001년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앞서 1947년 한국인 최초 참가자인 서윤복 선수가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한 적이 있고, 이후 1950년 54회 대회에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선수가 1, 2, 3위로 골인해 화제가 됐다.

보스턴의 다양성을 이끄는 젊음의 힘

보스턴을 가로지르는 찰스강. 찰스강 근처에 MIT(메사추세츠 공대)가 있다. 이동학 작가


보스턴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하버드대와 MIT(메사추세츠 공대)가 있다. 하버드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립대이다. 설립 시기가 1636년이다. 보스턴 내 이러한 명문 사학과 더불어 많은 대학들의 존재는 미국 내 인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이들로부터 유학 가고 싶은 곳으로 꼽히는 등 인재양성의 요람으로 여겨진다.

젊은이들은 고스란히 도시의 성장과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생동감 넘치는 도시의 샘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버드대 교정을 거니는 동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곳이 있었는데 하버드대 설립을 위해 많은 재산을 기부한 존하버드의 동상 앞이었다.

그의 발을 만지면 하버드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속설 때문에 학교를 방문한 많은 이들이 동상 발에 손을 올리고 사진을 찍는다. 그런 이유로 유독 발만 닳아 색이 바랬다.


미국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사람들. 보스턴은 절반 가량이 백인, 나머지가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이동학 작가


이와 같은 교육 환경은 매년 미국 내 여러 지역, 오대양 육대주의 다양한 나라에서 끊임없이 젊은이들이 교육도시 보스턴으로 찾아 오도록 만든다. 그로 인해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 도시라 불린다.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다양한 지역이 섞이는 힘은 그대로 도시 혁신의 기폭제로 연결된다. 이를 웅변하듯 보스턴을 본거지로 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즐비하다. 보스턴 컨설팅그룹, 배인앤드 컴퍼니, 던킨도너츠, 제너럴일렉트릭, 질레트, 컨버스, 트립어드바이저, 뉴발란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의 본사가 있거나 설립의 기초가 된 곳이다.


보스톤이라는 알파벳이 새겨진 구조물 앞에서 사진찍는 시민들. 이동학 작가


보스턴에는 약 70만 명이 살고 있지만 인근 지역을 포함해 460만 여명이 사는 미국의 북동부를 대표하는 도시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 날 찬란한 인류 문명을 대변하듯 세계 최고의 교육 도시이자 혁신을 모토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야심을 가진 도시 보스턴. 이 보스턴에서 오늘날의 미국이 탄생 됐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보스턴에 도착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파워볼


강력한 추위를 자랑하는 보스턴의 겨울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노숙인. 이동학 작가


바닥에 박힌 빨간 벽돌 속엔 역사가 고스란히


차가워 보이는 도시 숲 사이로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빨간 벽돌. 인도는 물론 도로를 가로 지르고 있는 횡단보도로도 빨간 벽돌이 이어진다. 빨간 벽돌을 따라 돌다 보면 몇 분마다 하나씩 의미 심장해 보이는 건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알고 보니 프리덤트레일(freedomtrail)이라 불리워지는 도시 산책로였다.

도시 산책로는 시작부터 끝까지 미국의 초기 역사와 독립 혁명사를 만날 수 있도록 연결돼 있다. 때문에 영국의 식민지를 벗어나기 위해 벌였던 최초의 독립 전쟁의 현장이 바로 이곳 보스턴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약 4㎞에 걸쳐 16개의 역사적 장소로 안내 되어지는 빨간 벽돌 길을 함께 걸어보자.


프리덤 트레일. 1951년 빌 스코필드(Bill Schofield)와 밥 윈(Bob Winn)이 생각해 낸 유적지 관광 아이디어. 이동학 작가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된 공원으로 알려진 커먼공원(Boston Common)은 1634년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 넘어온 청교도 개척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보태 구입한 공동 토지로 시작되었다는데, 요즘말로 따지면 공유 공간이다.

1830년까지는 지역 주민들이 가축을 방목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동물 마리 수를 따져 관리비를 냈다고 전해진다. 때론 잘못을 저지른 청교도들의 처벌 장소로 쓰이기도 했고, 살인 등 죄수를 처형한 뒤 매달아 놓는 장소로도 사용됐다. 1775년 4월 19일은 영국군이 처음 보스턴으로 쳐들어 와 전투를 하는데, 이때 레드코츠(Redcoats)라 불리웠던 영국군이 진을 친 장소로도 이용됐다.

보스턴 마라톤이 바로 이 지점에서 연결되는데, 당시 쳐들어 온 영국군에 맞서 독립을 쟁취해 낸 상징의 날로 4월19일을 '애국자의 날'로 기리고 훗날 4월 셋째 주 월요일로 지정되게 된 연유이다.


매년 보스턴을 찾는 외지인은 2,000만 명이 넘고, 프리덤 트레일의 연간 방문자는 400만에 달한다고 한다. 이동학 작가


1778년 프랑스 함대 방문 시 커먼공원에 있던 소들의 우유를 짜 대접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가까운 역사 속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베트남 전쟁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역사가 서려 있는 커먼 공원은 이제 겨울에는 학생들의 스케이트장으로, 시민들의 피크닉,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도시 산책로는 커먼 공원을 시작 지점으로 하며, 다음 코스는 황금색 돔 지붕을 자랑하는 매사추세츠 주 의회 의사당이다.

1798년 개관한 이 건물은 정부 청사 역할을 해왔으며, 현재는 상원과 하원 의원들이 있는 의회의 역할을 하고 있다. 커먼 공원 근처에 있는 파크 스트리트 교회는 1809년 지어졌고, 빨간 벽돌과 하얀색 첨탑이 매우 인상적이다. 건물의 높이가 66m나 되기 때문에 당시 시대상으로 보면 도시의 랜드 마크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200년이 넘은 관록을 그대로 뽐내고 있는 중이다.


커먼 공원에서 관광객들이 파크스트리트 교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동학 작가


2~3분을 걸었을까 유독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가까이 가봤더니 산책로의 세 번째 포인트인 그래너리(Granary) 묘지였다. 도심 한가운데 묘지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지만 묘지가 조성 된 때가 1660년이라니, 도시 안에 묘지가 생긴게 아니고 묘지 옆에 도시가 들어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곳에 돌비석은 2,300여 개가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묻혀 있는 사망자는 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보건·위생·식량 등의 문제로 일찍 사망한 영유아부터 독립선언서의 세 번째 서명자로 알려진 로버트 트릿 페인(Robert Treat Paine), 존 핸콕(John Hancock), 사무엘 애덤스(Samuel Adams) 등 독립 영웅들의 묘지가 함께 조성되어 있다. 한 해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역사 도시의 명성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덤 트레일을 따라 황금색 돔의 의사당이 보인다. 이동학 작가


또 몇 분을 걸어가면 1686년 보스턴 내 뉴잉글랜드 지역 최초의 성공회 교회인 킹스 채플이 자리하고 있다. 330년 넘는 역사를 가졌고, 기존의 목조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면서도 바깥을 석조 구조물로 지어 지금 모습을 완성시킨 때가 1754년이니, 266년이 넘은 예배당이다.

또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학교로 꼽히는 보스턴 라틴스쿨(Boston Latin School)은 1635년 4월 23일에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 대열에 들어선 벤자민 프랭클린이 이 학교를 다니다 집안 사정으로 자퇴했다. 이 곳엔 현재 그를 기리는 동상이 서 있다.


그래너리 묘지 앞의 현판을 읽고 있는 시민들. 이동학 작가


이 외에도 올드코너서점, 올드사우스미팅하우스,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올드스테이트하우스, 보스턴 대학살, 새뮤얼 애덤스 등이 독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패뉴일 홀, 폴리비어 하우스, 올드노스 교회, 콥스 힐 묘지, 전함, 벙커힐 기념비 등 200년~400년의 역사를 오가며 조성된 장소들이 최첨단 도시 보스턴의 곳곳에서 보물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실은 이렇게까지 오는 과정은 순탄치는 않았던 것 같다. 예컨대 현재까지도 활약하고 있는 올드코너 서점의 경우 1960년대 차량이 늘어나자 주차장 조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철거 대상이 됐다. 개발업자들은 그 틈에서 옛것을 부수고 새로운 수입 창출의 수단으로 여겼다.

하지만 전통적 도시 건축물과 중요한 문화 유산들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한 사람들은 비영리기구(NGO) HBI(Historic Boston Incorporated)를 만들어 대응했고 이를 지켜냈다. 아마도 당시에 건물을 부수고 주차장을 만들었다면 개발업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갔을테지만, 건축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늘날 보스턴 전체가 얻는 수익은 값을 따질 수 없을 것이다.

자유로움이 토론되는 도시

교회 앞에 걸려있는 무지개 깃발. 진보적인 도시의 선명성을 보여준다.


보스턴은 앞서 살펴본대로 생각해본다면 전통을 보존하고 지키려는 도시지만, 반면 사람들의 의식과 마음은 진취적으로 작동하는 도시다.

동성 결혼을 합법화 한 최초의 주가 보스턴을 수도로 하는 매사추세츠 주인데, 팬웨이연구소(Fenway Institute)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인구의 5% 가량이 성소수자를 가리키는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이고, 이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라고 한다.

때문에 보수적 전통을 고수하는 교회들조차 이들을 차별하거나 선입견으로 몰아 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품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보스턴은 진보주의 성향이 강하고 정치적으로도 민주당 강세 지역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보스턴 공립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시민들의 모습. 조명 빛이 아름답다. 이동학 작가


교육, 문화, 역사, 경제, 스포츠 등 여러 방면에서 다채로운 활약은 보스턴을 더욱 생기 있는 도시로 만들어 준다. 프리덤 트레일을 걷던 도중 냄비 소리가 울리기에 쳐다본 곳에선 예술 음악가들의 난타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고, 전 세계를 돌며 무수히 많이 들었던 거리 공연의 음악 중 단연 탑이었다. 여전히 그 멜로디가 기억 속에 남을 정도로 신났고, 박진감이 넘쳤는데 이 음악 때문에 보스턴의 인상도 강렬하게 살아있다.


보스턴 시내의 거리 공연. 흥미로운 볼거리가 참 많은 도시었다. 이동학 작가


3분 만에 포장 끝, 미래 가치 품은 로봇볶음밥

7개의 철판에서 볶음밥이 만들어 지고 있다. 주문 순간부터 딱 3분이면 음식이 나온다. 이동학 작가


강렬한 기억을 만들어 준 것은 또 있다. 전자동 철판 볶음밥. 이름 하여 로봇 볶음밥이다. 킹스채플과 올드스테이트하우스의 중간에 있는 '스파이스(SPYCE)' 가게에 들어서자 한 쪽으로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다른 한 쪽에 온라인 주문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철판 볶음밥은 4가지 종류가 있는데, 라틴식, 로마식, 레바논식 그리고 한국식이 있었다. 김치를 곁들인 볶음밥이지만 어쩐지 내 입맛엔 익숙하진 않았다. 내가 놀란 건 한국식 볶음밥이 있어서가 아니라, 몇 번의 터치로 주문을 끝낸 뒤 요리가 되는 광경을 그대로 지켜보면서였다.

휘황찬란한 느낌으로 철밥 통에 식재료들이 자동으로 들어가고 열이 가해지며 치이익~ 소리를 내며 철판이 돌아간다. 마지막 터치로 주문을 끝내고 나서부터 음식이 그릇에 담겨 나오는 시간은 불과 3분이 좀 넘었다. 두 명의 직원들은 최종 포장만 신경쓸 뿐 요리의 시작과 끝은 철판 로봇이 알아서 다 한다.


스파이시의 로봇 볶음밥이 조리 된 후 추가 재료를 얹는 것은 사람이 한다. 이동학 작가


스파이스를 창업한 이들은 MIT에서 로봇 공학을 전공한 4명의 엔지니어들이다. 이들은 매일 점심과 저녁에 영양가도 별로인 음식에 10달러를 써야 하는 것에 많은 불만을 가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역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원가를 줄이고,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할 수 있게 로봇 요리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영양가 있는 식사를 요리하고, 제공하고, 스스로 세척까지 하는 스마트 지능형 철판볶음밥 로봇을 만든 것이다. 덕분에 식사 가격은 7.5달러로 낮아졌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반한 건 이들이 가진 철학 때문이다. 이 식당의 메뉴엔 쇠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쇠고기 생산이 지속 가능하지 않고, 지구에 부담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메뉴에서 쇠고기를 취급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식당들 역시 그런 선택을 하는데 미약하나마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한다. 이들은 앞으로 로봇요리, 냉장고 등 식당에서 쓰이는 모든 전력,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것이라고 한다.


보스턴에서 만난 식당 '스파이시'에서는 로봇이 요리하는 네 가지 종류의 볶음밥을 맛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메뉴를 늘려간다고 했으니, 현재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동학 작가


과거를 단단히 세우고 미래로 달려가는 중

보스턴에서 바라본 대서양.


찰스 강이 흐르는 강가를 거닐고, 북대서양이 맞닿은 해안가에서 날아가는 새들을 보며, 우리 인류가 어느 구간을 지나고 있는 지 생각해 봤다. 미래를 앞당기고 있는 보스턴은 청교도들이 건너와 개척한 이래로 독립 전쟁의 시발점이었고, 미국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기능했다.

세계 최고의 바이오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수많은 스타트업들도 태동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미국을 개척한 선조들의 힘을 바탕으로 현 세대들은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낡아빠진 50년 된 지하철이 듣기 싫은 굉음을 내며 화려한 도시의 이면을 달리고 있지만 그조차 보스턴을 이루는 일부다. 어쩌면 우리에게 매순간 던져진 질문인지도 모른다. 어떤 과거를 붙잡아두고, 어떤 미래를 당겨올 것인가.


먼지로 뒤덮인 보스턴의 지하철. 페인트도 떨어져 나가 낡은 모습을 한눈에 확인 가능하다. 이동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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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선덕여왕
2009년에 방송된 ‘선덕여왕’의 최고 시청률은 43%에 육박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이었는데, 사료도 충분치 않은 신라 시대 배경의 사극인 데다 여성이 왕이 되는 이야기가 대중의 사랑을 받을지 알 수 없었다. 불확실성은 장점이 됐다. 기존 사극에서 다룬 적 없는 호방한 이야기를 고증에 얽매이지 않고 전개할 수 있는 데다, 후궁들의 암투극에서 벗어난 여성 영웅의 성장기를 그리면서 젠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줬다.


2009년 MBC 드라마 ‘선덕여왕’은 최고 시청률 43%에 육박할 만큼 국민적 인기를 얻었다.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이요원)과 미실(고현정)의 권력투쟁을 그린 이 드라마는 후궁들의 암투극에서 벗어나 여성 영웅의 성장기를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 제공

두 여성 영웅

드라마는 훗날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공주(이요원)와 미실(고현정)의 권력투쟁을 그린다. 진평왕의 딸 덕만은 ‘쌍둥이가 태어나면 성골 남자들의 씨가 마른다’는 저주 탓에 신생아 때 버려진다. 흔히 선덕여왕의 왕위계승을 성골만 왕이 될 수 있었던 골품제의 수혜 때문이지, 여권이 높았기 때문은 아니었다며 젠더적 의미를 축소하곤 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오히려 덕만이 태생으로 인해 고난을 겪는 것으로 그린다. 특히 성골 남자의 씨를 마르게 한다는 이유로 버려진다는 설정은 한국 여성들이 경험했던 여아 낙태나 기센 여자가 남자 형제의 앞길을 막는다는 식의 저주를 떠올리게 한다.

덕만은 중앙아시아 사막에서 국제 상단을 상대하며 자라다 출생의 비밀을 알기 위해 신라로 돌아온다. 이러한 설정은 영웅 서사에 걸맞은 스케일을 보여주며, 신라라는 시공간이 자칫 갑갑하게 느껴질 시청자들에게 드넓은 시야를 틔워준다. 남장 차림으로 신라에 온 덕만은 김유신의 낭도가 되어 백제와의 전투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다. 이런 고생은 보통 공주로서 상상하기 힘든 경험이지만, 장차 왕이 될 영웅의 성장기로는 필수적이다. 온갖 고초 끝에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된 덕만은 자기 존재를 입증해내고 조정과 백성들에게 공주임을 인정받는데, 이 모든 과정이 스스로 실력을 키워 이루어낸 것이다.

미실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비상한 카리스마를 뿜는다. 배우의 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실이란 캐릭터가 기존의 사고체계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미실은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 3대 왕을 모신 새주(옥새를 관리하는 사람)로서 국정의 최고 실력자이다. 황후가 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왕을 폐위시켜버릴 만큼 권력이 강하며, 다수의 연인과 남편과 아들을 거느린 채 그들의 충성을 받는다.

덕만과 미실은 선악으로 대립하지 않는다. 미실은 악인이 아니라 노련한 협상력과 용인술을 구사하며, 자신의 철학을 내세운다. “백성은 진실을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을 버거워하며 소통을 귀찮아하고 자유를 주면 망설인다. 세상은 종으로도 나뉘지만, 횡으로도 나뉜다. 횡으로 나누면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가 있으며, 덕만과 나는 같은 편이다”등의 말로 드러나는 그의 철학은 귀족정의 이념을 대변한다.

덕만은 자신에게 대의가 있다고 믿는다. 왕이 되려는 자신은 근본적으로 나라를 생각하며, 왕권과 나라의 근간이 되는 백성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힘쓰기 때문이다. 그는 미실과 대립하며 일식이 주술적 현상이 아니라 자연현상임을 밝혀 신권을 해체하려 한다. 또한 왕이 된 후에는 세금을 감면하고 농지를 개간하고 농사기술을 보급하여 자작농을 늘리려 한다. 이는 왕권 중심의 민본사상을 대변한다. 귀족정을 표방하는 현실 정치인과 군주정을 표방하는 이상주의적 개혁정치인의 정치적 대립이 전면에 깔려있다.

독신 여제와 여왕벌



드라마는 로맨스를 품지만, 기존의 남성중심적 로맨스와는 사뭇 다르다. 처음 덕만을 남자로 안 김유신은 덕만과 우정을 쌓다가 로맨스를 발전시킨다. 비담도 덕만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왕이 될 결심을 한 덕만은 연애와 결혼에 뜻이 없음을 밝히고 김유신을 밀어낸다. 하지만 막상 김유신이 미실 집안과 혼인하자 덕만은 몹시 흔들린다. 이후 왕이 된 덕만은 김유신은 물론이고 비담과도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운다.

덕만은 이들을 견제하면서 때때로 사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후반부에 비담과의 연정이 급물살을 타지만, 덕만은 “나는 여왕이지 이제 여인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가질 수 없다”며 못을 박는다. 왕이라는 공적 자아와 로맨스라는 사적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덕만은 젊은 시절에는 김유신과 도망치고 싶었고, 나중에는 비담과 여생을 보내고 싶었지만 못한다. 그러나 회한은 없다. 덕만은 죽기 직전 어릴 적 꿈에 자신을 껴안은 인물이 바로 장성한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앞으로 죽도록 힘들고 너무나 외로워서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될 상황이 오겠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견뎌야 해”라고 말하는 자신을 떠올리는 장면은 덕만의 욕망이 로맨스가 아니라 군주로서의 성장이었음을 암시한다. 실제 선덕여왕에겐 남편이 있었지만 드라마 속 선덕여왕은 비혼 군주로 그려지는데, 이는 현대에 생각한 적절한 여성 리더상이 투영된 것으로 읽힌다.

반면 미실은 훨씬 열정적이고 쿨하다. 미색을 지렛대 삼아 권력을 쥔 여성이지만, 기존 후궁들과는 다르다. 왕의 총애를 얻거나 아들을 낳음으로써 권력을 얻기 위해 경쟁하지 않는다. 그 권력은 남성을 매개해 발현되는 권력이다. 가령 장희빈이 숙종의 사랑을 통해 권력을 얻는다 해도 숙종이 변심하면 언제든 죽음을 맞을 수 있다.



미실의 권력은 그것과 다르다. 선대왕을 비롯해 많은 남자가 미실을 원했고, 미실은 공개적으로 그들과 관계를 맺는다. 미실의 남자들은 때로 경쟁하지만 협력하고 연합한다. 미실이 늘 상석에서 그들에게 지시하고, 그들은 미실의 지략과 명령에 복종한다. 미실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사다함이었다고 말하지만, 사랑에 대해 쿨한 태도를 유지한다. 또한 미실은 진지왕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황후가 될 수 없게 되자 버리는데, 그 아들이 비담으로 자란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별로 동요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꽤 낯설다. 그동안 배타적인 사랑과 모성애를 절대적인 가치 인양 사고해온 것이 가부장제의 강박을 내면화한 결과는 아닐지 돌아보게 한다.

여성들끼리 경쟁하고 배우는 관계

2009년에는 ‘천추태후’ ‘자명고’ 등 조선 시대를 벗어난 여성 권력자를 그린 사극이 잇달아 방송되었다. 하지만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전작들과 ‘선덕여왕’은 어떤 점이 달랐던 걸까. ‘선덕여왕’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공동집필 작인데, 김영현 작가의 전작이 ‘대장금’이다. ‘대장금’은 궁중암투극에서 엑스트라에 불과해 보였던 궁녀들이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사극이다. 주인공, 경쟁자, 스승, 적 등이 모두 여자들이고, 여성들끼리 경쟁하고 배우며 실력을 연마해나가는 드라마로 어떤 현대극보다 여성을 주체적인 욕망과 의지를 지닌 인간으로 그린다. ‘선덕여왕’의 덕만과 미실의 관계도 적이자 선배이자 스승으로 읽을 수 있으며, 요리가 아닌 통치술을 배우고 토론하고 경쟁하는 장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덕만과 미실은 정치적 맞수이지만,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다. 덕만은 처음 미실을 접하고 카리스마에 위압된다. 그러나 공주의 신분을 찾은 뒤 “어디 감히 성골의 몸에 손을 대드냐?”고 호통칠 정도로 용기를 키운다. 덕만은 혼인을 추진하려는 아버지 앞에서 자신이 왕이 되겠다는 뜻을 밝히는데, 이는 미실이라는 권력자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야심을 키운 결과이다. 한편 미실 역시 덕만을 보고 큰 자극을 받는다. 기껏 황후가 될 생각을 해보았을 뿐 왕이 될 생각을 해보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고, 그는 쿠데타를 꿈꾼다. 이들은 서로의 도량을 존중하며 훌륭한 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서로의 진심을 알아본다. 대야성에서 내전을 준비하던 미실은 백제군의 침략이라는 변수 앞에서 신라의 안위를 생각해 자결을 택한다. 덕만은 미실의 선택을 예상한 듯 “미실에게서 진정한 왕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공격하지 않고 기다렸다”고 말한다. 미실이 진흥왕과 함께 신라의 영토를 확장한 데 대해 자부심을 품고 있으며, 지배욕만 가진 것이 아니라 신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컸다는 사실을 덕만이 알아본 것이다. “당신이 없었다면 난, 아무것도 아니었을지 모릅니다”라는 덕만의 말은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미실에 대한 흠모를 드러낸다.

‘선덕여왕’의 성공에서 보듯, 여성들끼리 기껏 남자가 아니라 진정한 가치를 두고 겨루며 서로에게 더 큰 영감과 용기를 주는 드라마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여성 성장드라마들이 사극으로든 현대극으로든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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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무려 60km나 달아난 운전자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들렀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하필 찾아간 곳이 경찰서 화장실이었거든요.
박상호 기자입니다.

【 기자 】
퇴근시간이 지난 저녁 무렵, 흰색 승용차가 경찰서로 들어옵니다.

다른 차가 오가지도 못하게 현관 앞에 떡하니 차를 세운 운전자는 경찰서 안으로 들어갑니다.

시동이 켜진 차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나자, 당직 경찰관이 나와 운전자를 찾습니다.

경찰은 잠시 후 나타난 운전자를 보고 한눈에 술을 마신 걸 알아챘습니다.

▶ 인터뷰 : 신용웅 / 부산 해운대경찰서 경위
- "얼굴이 붉고 술 냄새가 나기에 술 마셨느냐고 하니까 안 마셨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8시간 전에 한잔 마셨다…."

음주 측정을 했더니 면허정지 수준이었습니다.

▶ 스탠딩 : 박상호 / 기자
- "당시 운전자는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들렀다고 진술했습니다. 하필 찾아온 곳이 경찰서였습니다."

차량 앞부분에선 사고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알고 보니 2시간 전 경남 창녕에서 사고를 내고 달아난 뺑소니 차량이었습니다.

60km나 떨어진 부산까지 도망온 것인데, 바다가 보고 싶어 무작정 왔다고 진술했습니다.파워볼실시간

▶ 인터뷰 : 조한기 / 부산 해운대경찰서 경비교통과장
- "차량을 보니까 차가 부서져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추궁하니까 대답을 안 하기에 역추적하다 보니까…."

경찰은 음주운전과 도주 혐의로 30대 남성을 입건했습니다.

MBN뉴스 박상호입니다. [hachi@mbn.co.kr]

영상취재 : 안동균 기자
영상편집 : 오혜진
영상제공 : 부산 해운대경찰서, 경남 창녕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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